구인 시장에서 '삼성 출신' 인재에 대한 중견·중소기업들의 선호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삼성맨 영입에 지자체들까지 발벗고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삼성출신 인재들의 활약은 벤처업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인재채용 전문가들은 삼성 출신 인재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한풀 꺾인 상태라며, 이제는 인재를 구하는 기업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삼성맨들 양자가 모두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건의내막>은 우리나라 인재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삼성 출신 인재들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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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코스닥과 중견그룹을 넘어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
삼성 구조조정설에 인재시장 "들썩"
인도·중국 기업 '입도선매' 나서기도
인사 담당자 대상 채용 만족도 조사 결과는
"고액연봉 대비 만족도는 떨어진다" 과반수
삼성 출신 인재들의 활약이 경제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웅진, 유진, 동양, 동부 등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중견 그룹의 핵심 포스트 곳곳에 삼성 출신 인재들이 포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기업 CEO의 10%가 삼성출신이라는 통계가 나오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삼성출신 인재 영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가히 '인재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에는 최근 삼성그룹이 위기극복을 위해 임원의 20∼30%를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더 많은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헤드헌팅 업계가 바쁘게 움직일 정도로 '인재공급'에 있어 삼성의 역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인재시장 일각에서는 삼성맨들의 인기가 예전에 비해 한풀꺾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삼성출신 인재가 상당히 누적되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둔 사례들도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은 '인재사관학교'
삼성 출신 인사들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곳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중견그룹들로, 이들은 각 그룹의 핵심 포스트 곳곳에 포진해 있으면서 그룹의 성장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전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의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웅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웅진코웨이 홍준기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홍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멕시코 생산법인담당 부장, 헝가리 생산법인 공장장을 거쳐 2005년부터 헝가리 생산, 판매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로또 2기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서울증권, 로젠택배 등을 인수하면서 최근들어 재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진그룹에서 유경선 회장에 이어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은 삼성SDI 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낸 김재식 부회장이다.
지난 5월 유진그룹 부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삼성물산 재직 시 카자흐스탄 자원개발 성공신화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로, 30년 가까이 삼성에서만 근무했으며, 새로 편입된 계열사의 안정화 및 성장 등을 총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일합섬에는 최근 박철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기용됐다. 유력한 차기 대표이사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00년 동양증권 영업부담당 상무보로 자리를 옮긴 후 그룹 내 금융 업무를 맡아왔다.
이밖에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주도적으로 삼성 출신 인재를 영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초까지 전체 임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삼성 출신 임원의 비중은 2007년 현재 전체 임원의 절반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한편 타이어업계 맞수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삼성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연초 삼성전자에서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했던 오장환씨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한국타이어도 삼성전자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허기열 부사장을 사장급인 한국지역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삼성 출신 인재 영입 바람은 지방자치단체도 예외가 아닌데, 서울시는 지난 7월1일 심일보 전 삼성물산 전무를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대표에 임명했다.
심 대표는 삼성물산에서만 30여년 근무한 인물이다. 서울시에는 이밖에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부장 출신의 송정희 전 정통부 IT정책자문관이 정보화기획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월20일 신설된 투자유치센터 초대 소장에 이학수 전 삼성전자 전무(55)를 영입했다. 이 소장은 삼성전자에서 고객만족(CS) 경영센터 상무와 생활가전총괄리빙 사업부장, CS경영센터 전무 등을 지냈다.
경기도는 특히 지난해 삼성과의 인력 교류 시스템인 '민간 교차근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에 따라 신광식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이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상무로 일하는 대신 이태목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홍보그룹장이 경기도 투자유치자문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 광주시에는 김영복 전 삼성전자 부장이 투자자문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구시에는 삼성SDI 브라운관사업부 구매팀 부장을 지냈던 김종찬 투자유치단장이, 경상남도에는 삼성테크윈 관리부장 출신 오춘식 투자유치과장이 일하고 있다.
한편 코스닥 상장 기업 중에서 삼성 출신 인사가 CEO로 있는 회사로는 디에스엘시디, 아이피에스, 하나마이크론, 에스에이엠티 등 반도체와 LCD 업체 등이 있으며 그외에 유니테스트, 가온미디어, 다윈텍, 엠씨에스로직 대표는 모두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다.
선호도 압도적 1위
기업들의 직원 채용관행이 경력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의 우수인력 스카우트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중견기업 인사담당자의 과반수 이상이 삼성 출신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직원수 100명 이상 300명 이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카우트 대상자 출신 기업은(복수응답) '삼성 출신'이 51.9%를 기록해 압도적인 선호를 보였다.
선호 이유에 대해 인사담당자들은 삼성 출신 인재들이 △조직력 있는 기업시스템을 경험했을 것 같다(45.9%)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으며, 이외 직무별 전문 업무역량이 뛰어날 것 같다는 의견도 21.1%로 많았다.
리쿠르팅 업체인 커리어케어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삼성그룹 출신자 스카우트와 관련 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그룹 출신자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알만한 기업들의 스카우트 경쟁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진다.
커리어케어는 이러한 선호가 "초일류 기업문화 속에서 다져진 능력이 스카우트 된 기업에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라면서도 "회수를 건넌 귤이 탱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채용시장에서 삼성그룹 출신 경력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중첩적이었는데, 조사 결과 "대규모 조직에서 일한 사람인 만큼 업무 체계화, 과학화에 대한 선진적 노하우를 보유"(70%)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강했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사업적,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할 것"(16%)이라는 의견도 상당수에 달했으나, "사업의 국제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6%)이나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므로, 회사의 비약적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의견(6%)은 의외로 적었다.
삼성그룹 출신자 영입을 결정할 경우 응답자들은 그 결정이 '타기업의 영입 사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32%)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미디어에서 보여진 삼성 출신자의 우수성에 대한 보도(20%), 조직 내에 근무 중인 삼성그룹 출신 경영자 또는 간부진의 선호(26%), 이미 영입한 삼성그룹 출신자의 우수한 성과(20%) 등을 예상 동기로 꼽았다.
반대로 "삼성 출신자를 스카우트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기업의 압도적 다수인 94%가 '타 기업에서 삼성출신자를 스카우트한 사례를 보고 결심했다'는 의견을 밝혀 삼성 출신 인재가 실제 채용시장에서 갖는 이미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출신을 스카우트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로는 고액의 연봉(50%)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감과 능력차이에 대한 의구심(40%)이 든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연봉이 문제된 경우 협상이 된다면 스카우트하겠다는 의견(80%)이 많았다.
이에 대해 커리어케어 측은 "구체적인 데이터가 존재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디어의 긍정적인 태도나 스카우트된 기업에서 성공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동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업들이 실제 삼성 출신자를 영입했을 때 가장 괄목할만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는 경영전략 또는 사업 기획 부문(60%)으로 조사됐다.
이는 '삼성 출신자들이 대규모 조직에서 일한 사람인 만큼 업무 체계화, 과학화에 대한 선진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이미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업무 수행은 바람직한 전략과 기획을 하는데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로는 마케팅분야(16%), 상품 기획 및 개발 (13%), 해외영업(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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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출신자 스카우트와 관련 동향 조사 보고서' |
인사담당 과반수 "기대 못 미쳐"
그렇다면 삼성의 인재를 실제 채용한 결과는 채용 전 이미지 또는 채용 결정 당시의 기대와 일치할까?
커리어케어는 조사 결과 "대규모 조직의 근무 경험에서 오는 업무 체계화, 과학화에 대한 선진적 노하우를 보유했다"라는 평가가 대부분(70%)을 차지해 삼성 출신자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와 실제 업무 능력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밖에 초일류 기업 삼성 출신자 답게 혁신의지(13%)가 강하고 인적 네트워크(11%)가 풍부했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모든 삼성 출신자가 기대만큼의 업무 능력을 보이는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의 과반수(53%)는 "일부 삼성 출신자들은 업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기대대로"라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업무 능력 부족 외에도 일부 삼성 출신자들은 조직 적응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입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그룹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는 조사 결과 "삼성 출신자들이 이질감 때문에 기존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대답(57%)이 직무 능력이나 직무 태도를 문제삼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기존 구성원의 배타적인 태도보다는 삼성과 다른 기업 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삼성이라는 견고한 체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혹은 경쟁에는 익숙했으나, 틀 자체가 없는 상태, 즉 보호막이 없는 기업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경쟁에는 취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커리어케어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커리어케어는 "영입 제의를 받게 되는 삼성 출신자들이 숙고해보아야 할 사안이며 스카우트하는 기업도 이런 사례를 후보자에게 인식시키고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 출신자 영입 결과가 한번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 "이후 삼성 출신자 영입을 중단하겠다"는 응답과 "일시적인 채용실패일 것이므로 계속 삼성 출신자를 영입하겠다"는 응답은 거의 반반으로 나타났다.
한편 커리어케어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현실감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삼성출신자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성공적인 스카우트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영입과정에 있어 좀더 면밀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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